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조단위 목돈 투입을 공식화하자, 투자업계에선 김범수 카카오 창업주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단순히 하이브에 밀리지 않겠다는 것을 넘어서, 국내 대표 엔터기업의 지위를 수성하는 동시에 김 창업주 개인의 자존심도 함께 걸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 확보를 위해 최대 1조2500억원을 투입한다고 공시했다. 주식 833만3641주를 주당 15만원에 공개매수하겠다는 것. 카카오는 이번 공개매수 참여를 통해 SM엔터 지분 최대 40%를 확보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가 제시한 공개매수가격은 전거래일 종가(13만100원) 대비 15.3% 높은 수준이다. 전체 SM엔터 발행주식총수의 35%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개매수 종료일은 이달 26일이다. 의결권은 없지만 오는 31일 열리는 SM엔터테인먼트 정기주주총회에 앞서, 무려 60%에 달하는 소액주주의 마음을 잡기위해서다. 실제 하이브의 경우 주당 12만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했는데, 공개매수에 응한 주주는 전체의 1% 미만에 그치며 참패한 상태다.
당장 카카오의 공개매수가 성공하게 될 경우 카카오 측이 보유하게 되는 SM엔터 지분율은 40%에 달할 전망이다. 카카오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하이브를 제치고 SM엔터테인먼트의 최대 주주가 된다. 현재까지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5.78%를 보유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카카오는 공개매수를 통해 최대주주 자리를 확보,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시너지를 도모하는 한편 국내 최대 엔터사로 발돋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미 SM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 주요 계열사 간의 시너지 협의가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메신저 카카오톡을 비롯해 모바일, 인터넷 기반 플랫폼 사업을, 카카오엔터는 스토리, 뮤직, 미디어 등을 아우리는 IP 밸류체인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추가적인 협업이 등장할 공산이 크다.
디어유로 대표되는 SM엔터테인먼트의 플랫폼 경쟁력과 프로듀서진의 가능성, SM엔터테인먼트가 타 엔터사 대비 중국 사업에 강점을 갖고 있다는 점도 카카오의 공격적 행보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서울대 동문으로서, 김 창업주의 자존심이 이번 공개 매수 결정에 주요한 역할을 했다는 말이 돈다"면서 "본질적으로 SM엔터테인먼트의 플랫폼 경쟁력, 아티스트 발굴 측면에서 상당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중국 사업의 강점 등도 다 고려된 행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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