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화가’로 유명한 세계적인 거리미술가 로버트 뱅크시(Banksy)의 작품이 1만 조각으로 나뉘어 NFT(대체불가토큰)으로 판매된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뱅크시의 2005년 작품 ‘사랑은 공중에(Love is in the Air)'.

뱅크시의 2005년 작품 ‘사랑은 공중에(Love is in the Air)'.

NFT란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JPG 파일이나 동영상 등 콘텐츠에 고유한 표식을 부여하는 신종 디지털 자산이다. 디지털 작품의 진품을 인증하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높아져 가격이 폭등하고 있지만, 최신 기술인 만큼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콜린스는 NFT를 “블록체인에 등록된 유일한 디지털 증명서로, 미술품과 수집품과 같은 자산의 소유권을 기록하는 데 사용된다”고 정의했다.

이번에 판매되는 작품은 뱅크시의 2005년 작인 ‘사랑은 공중에(Love is in the Air)’로 한 남성이 폭탄을 투척하는 것 같은 자세로 폭탄 대신 꽃다발을 손에 들고 있는 회화 작품이다. 해당 작품은 미국 플로리다주에 있는 마이애미 현대 미술관에서 오는 3일부터 전시될 예정이다.

크리스티 경매 출신 루익 고저가 설립한 벤처기업 파티클은 지난 5월 이 작품을 1290만 달러(약 151억 원)에 사들였는데, 이번에 이를 내놓은 것. NYT에 따르면 파티클은 작품을 가로 세로 각 100개로 나누어 총 1만 개의 고유한 사각형 조각을 만들고, 각 조각에 해당하는 NFT를 1500달러(약 176만원) 가량에 판매할 예정이다.

파티클 측은 예술품에 대한 공동 투자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한 작품을 1만 개의 NFT로 나눠 판매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라고 은 밝혔다. 단순히 소유권을 분산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캔버스를 1만 조각으로 나누는 것처럼 각각의 NFT가 모두 작품 내 특정한 이미지를 대표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파티클은 뱅크시 작품 원본을 자신들이 설립한 재단에 기증해 특정인이 원본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할 계획입니다. 원본이 더 이상 거래되지 않는다면 NFT가 실제 원본의 가치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고저는 “돈이 없을 때에도 나는 예술 작품을 소유하고 싶었고, 내가 좋아하는 그림에 대해 최소한의 지분을 가지길 바랐다”며 “많은 사람들이 예술에 관심이 있지만 참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이번 판매에 대한 취지를 밝혔다. 파티클의 해롤드 이탄 CEO는 “우리는 그림의 이미지를 파는 것이 아니라 그림의 소유권 개념을 판매하는 것”이라고 의의를 밝혔다.

앞서 지난 9월 뱅크시를 도용한 가짜 NFT가 24만4000파운드(약 3억9000만원)에 판매된 바 있었다. 영국 BBC에 따르면 당시 가짜 NFT는 뱅크시의 공식 웹사이트에 게시됐지만 뱅크시의 대변인은 그가 해당 NFT와 관련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가짜 NFT 판매자는 사기가 드러난 후 약 5000파운드(약 800만원)의 거래 수수료를 제외한 대부분의 돈을 반환했다.

NFT로 팔 수 있는 상품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잭도시 트위터 창업자가 쓴 첫 트윗 “내 트위터 설정 중(just setting up my twttr)”은 지난 3월 말레이시아 블록체인 기업인 브리지오라클의 최고경영자 시나 에스타비에게 290만 달러(약 34억4800만원)에 낙찰됐다. 도시가 판 트윗은 흔히 볼 수 있는 트위터 캡처 파일에 불과하다. 누구라도 잭도시의 트위터에 들어가 트윗을 볼 수 있고 자유롭게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저장된 수많은 캡처 파일 중 ‘진품’이라고 인정되는 것은 에스타비가 구매한 파일 단 한 개뿐이다.

같은 달 11일에는 세계적인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뉴욕 경매에서 NFT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본명 마이크 윈켈만)의 디지털 아트 ‘에브리데이즈: 첫 5000일(Everydays-The First 5000 Days)’를 6930만 달러에 거래를 성사시키며 큰 화제를 모았다.

뱅크시의 작품 ‘주유소의 해바라기’를 감상하는 모습. /트위터 캡처

뱅크시의 작품 ‘주유소의 해바라기’를 감상하는 모습. /트위터 캡처

뱅크시는 사회 비판의 메세지를 담아 벽화를 그리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다. 그가 ‘얼굴 없는 화가’로 불리는 이유는 알려진 정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뱅크시에 대해 알려진 정보는 그가 1974년생 영국의 브리스톨 출신 유부남이라는 것 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미술계의 의적 홍길동’이라는 별칭이 붙은 드는 로버트 뱅크스라는 이름 외에 자신의 신상을 공개하지 않고 1990년대 이후 영국 런던, 미국 뉴욕 등 도시 거리의 벽에 스탠실 기법을 활용한 그래피티 작업을 해왔다. 스스로를 ‘예술 테러리스트’라고 자처해 온 뱅크시는 디스토피아적인 장소에 그래피티를 그려넣음으로서 현실을 풍자하고 이를 소셜미디어 등에 게시해 반향을 일으켰다.

그의 작품 ‘주유소의 해바라기’(Sunflowers From Petrol Station)는 지난 9일 미국 뉴욕에서 진행된 크리스티 경매에서 1460만 달러(약 171억8500만원)에 낙찰됐다. 2005년 작인 ‘주유소의 해바라기’는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재해석한 작품으로 화병에서 시들어 죽어가는 꽃을 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