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허모(23) 씨는 요즘 메타버스 상에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로블록스에서 게임 제작자, 제페토에서 드라마 연출자에 이어 최근에는 디지털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생성 플랫폼 프렌즈에서 캐릭터 제작자로 나섰다. 동물부터 사람, 외계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의 부캐를 만들어내는 재미에 푹 빠진 허 씨는 언젠가 이 캐릭터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자신만의 단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기를 꿈꾸고 있다.

중앙집권적 조직이 아닌 이용자가 직접 데이터·콘텐츠 등의 주권을 지니고 창작과 생산에 적극 관여하는 주체가 된다는 의미의 '탈중앙화', 일명 '웹 3.0' 시대가 열렸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직접 만드는 창작자가 이를 선도하고 있다. 

웹 3.0 생태계가 빠르게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일명 돈이 되는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현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일명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로, 창작자들에게 IP 수익화 물꼬를 터준점이 생태계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돈 버는 메타버스 생태계...'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눈길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블록체인 행사인 '바이낸스 블록체인 위크(Binance Blockchain Week)'에 참석해 K팝 산업에서 '프로슈머(prosumer)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스피치로 주목을 받았다. 프로슈머는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적극적 소비집단을 뜻한다. 그는 글로벌 K팝 아티스트들을 육성한 엔터사뿐 아니라 이제는 팬덤의 자발적인 '리크레이션(re-creation)'이 곧 미래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엔터 업계의 '탈중앙화'를 예견했다.

그의 말처럼 엔터테인먼트사는 물론, 메타버스 관련 플랫폼사나 콘텐츠 기업들이 앞다퉈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구축에 나서고 있다. 다양한 서비스와 플랫폼을 제시하고 있다. 프로슈머들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매력적이고 강력한 IP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누구나 쉽게 IP를 창작하고 타인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환경, 즉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구축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일례로 SM엔터는 누구나 창작하고 경제 수익까지 얻을 수 있는 'P2C(Play-to-Create)' 생태계 형성을 위해 바이낸스·더 샌드박스 등 글로벌 대체불가능한토큰(NFT)·메타버스 플랫폼 기업들과 적극적으로 연대를 맺고있다. SM엔터는 파트너사와 자사의 IP, 프로듀싱 노하우, 기술력을 활용해 메타버스를 구축할 예정으로, 그 안에서 프로슈머들의 창작 스킬을 향상 시켜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경제활동까지 가능하도록 지원할 것이라 밝혔다.

사진=네이버 제페토
사진=네이버 제페토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는 크리에이터들이 자신만의 아이템·콘텐츠를 자유롭게 창작하고 나눌 수 있는 콘텐츠 제작 플랫폼 '제페토 스튜디오'를 선보였다. 이용자는 제페토 스튜디오가 제공하는 템플릿 에디터를 사용해 손쉽게 3D 아이템을 제작, 이를 판매해 5000잼 이상 수익을 얻으면 현금화도 가능하다. 실제로 제페토 스튜디오에는 약 200만 명의 크리에이터가 가입해 활발한 경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게임 IP 기반의 NFT·드라마 등 신규 사업을 추진 중인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 또한 네이버제트와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크리에이터 이코노미 구현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크래프톤은 오픈월드를 구현, 이용자 창작 콘텐츠(UGC) 제작 툴을 제공해 프로슈머 중심의 경제활동이 확대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매력적인 IP와 블록체인 만남...웹 3.0 생태계 이끈다

IPX(구 라인프렌즈)는 이용자가 창작한 IP를 수익화할 수 있도록 새로운 플랫폼 '프렌즈(FRENZ)' 출시를 예고했다. 유저들이 IP홀더가 돼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디지털 IP 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 IPX는 이를 'IP 3.0' 시대라고 설명한다. 이용자들은 IPX의 크리에이티브 역량이 더해진 약 500여개의 파츠(Parts)를 사용해 1억 개에 달하는 캐릭터 IP를 손쉽게 생성해낼 수 있다. 더 나아가 향후에는 이를 NFT화 해 공식적인 소유권을 입증하고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수익 창출을 위해 자신의 IP를 활용해 라이브 방송은 물론 숏폼 영상,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고, NFT·메타버스 플랫폼 등 다양한 외부 서비스와 연동해 직접 IP의 가치를 높이는 창작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회사는 메타버스∙NFT 서비스 확장을 위해 블록체인 서비스 플랫폼 '플레이댑'과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IPX는 플레이댑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프렌즈로 만든 캐릭터 IP를 실제 블록체인 게임에 연동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다.

프렌즈로 이용자들이 만든 다양한 캐릭터 /사진=IPX 제공
프렌즈로 이용자들이 만든 다양한 캐릭터 /사진=IPX 제공

 

플레이댑은 로블록스 내 가상 놀이공간 '플레이댑랜드'를 구축해 전 세계 블록체인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기업이다. 한국 팀으로는 유일하게 글로벌 1위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2위 코인베이스를 비롯해 업비트와 비트렉스 글로벌 등에 상장했다. '크립토도저', '신과함께' 등 여러 플랫폼을 이동하며 이용할 수 있는 멀티호밍게임(Multi-Homing Game) 출시는 물론, NFT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이 소유했던 IP 고유의 권한을 개인에게 자유롭게 오픈하는 것은 글로벌 IP 기업으로선 이례적인 행보"라면서 "이는 '탈중앙화' 흐름 속에 IP 소유를 넘어 직접 수익화까지 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생태계를 만들어 메타버스 시대 속 IP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그림이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