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사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좀처럼 횡보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시장에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동시에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네이버 관계사 라인이 발행한 가상자산 '링크'는 홀로 두자릿수대 상승률을 기록해 주목된다.
박스권에 갇힌 비트코인
7일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주 동시간 대비 2.32% 상승한 2151만5000원에 거래됐다. 14번째 생일을 맞았던 지난 4일 소폭 상승하기도 했으나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었다.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정책 기조를 결정할 주요 경제지표 또한 혼조세다. 지난 5일(현지시간) 발표된 ADP 전미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12월 민간 부문 고용은 전달 대비 23만5000명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5만3000명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주간 실업 보험 청구자 수는 계절 조정 기준 20만명으로 집계됐다. 전주보다는 1만9000명 감소했고, 시장 전망치인 22만3000명도 하회했다.
다만 물가 상승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임금상승률'이 둔화한 점은 긍정적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지난해 12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22만3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업률 또한 전월보다 0.1% 떨어진 3.5%를 기록, 1960년대 후반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임금상승률의 경우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보다 0.3%, 전년 동월보다 4.6% 상승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5.0%를 예상했으나 이를 하회한 수치다. 특히 전년 동월 대비 기록은 지난 2021년 여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와 함께 발표된 미국 공급관리협회(ISM) 12월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시장 전망치 55.1, 전월 56.5보다 낮은 49.6을 기록했다. 이는 PMI가 경기 확장과 위축을 가르는 50선 아래로 내려가며, Fed가 주목했던 서비스 부문 지표가 약 31개월만에 위축세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향후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피터 시프 유로 퍼시픽 캐피탈 최고경영자(CEO)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은 투자라면 비트코인을 대신할 대안이 무수하다"며 "비트코인은 이미 통화, 디지털 금으로 실패했으며, 위험자산으로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러드 그로스 JP모건 자산운용 연구원은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 또는 인플레이션 방어 수단이 될 것이라는 희망이 있었으나, 이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본격적으로 가상자산 투자에 뛰어들지 않았던 기관 투자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올해 거시경제 환경이 완화되며 비트코인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매튜 시겔 글로벌 자산운용사 반에크 디지털자산 연구책임자는 "인플레이션 완화, 에너지 문제 감소, 우크라이나 휴전 가능성을 근거로 2023년 3분기까지 비트코인이 3만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작년까지 비트코인은 금리 인상에 대해 높은 가격 민감도를 보이며 다른 위험 자산처럼 거래됐다"고 설명했다.
에릭 부어히스 쉐이프시프트 최고경영자(CEO)는 "6개월에서 3년 사이에 다음 강세장이 올 것 같다. 사람들의 심리가 변하기 시작하고 투기 사이클이 돌아오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이 정도라고 생각한다"며 "매크로 환경과 많은 관련이 있다. 금리가 높게 유지되고 통화 정책이 더 긴축으로 쏠리면 역풍이 올 것이다. 하지만 올해 초중반에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밝은 전망에도 제자리걸음 걷는 이더·리플
비트코인과는 달리 이더리움과 리플은 향후 전망이 밝다는 분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가격에 유의미한 변동은 없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 따르면 이더리움은 전주 동시간 대비 6.09% 상승한 개당 160만9500원에, 리플은 전주 동시간 대비 0.69% 상승한 개당 436원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9월 '머지' 업그레이드 이후 이더리움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향후 비트코인의 아성을 넘볼 것이라고 분석 중이다. 마이크 맥글론 블롬버그 인텔리전스 상품 전략가는 "지난해 9월 머지 업데이트 이후 이더리움 성장세가 변곡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이더리움이 위험자산인 비트코인과 주식 시장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등록 증권 판매'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리플은 곧 승소가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연방 검사 출신 제임스 K. 필란 변호사는 판사가 오는 3월 31일 또는 그 이전에 판결을 내릴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브래드 갈링하우스 리플 CEO 또한 소송이 올해 1분기 중 끝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장에서는 리플이 이번 소송에서 증거 채택 등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한 만큼 승리가 점쳐진다고 판단 중이다. 제레미 호건 미국 로펌 호건앤호건 파트너 변호사는 "리플과 SEC의 소송에서 리플이 승소할 확률은 50.12%, SEC가 승소할 확률은 29.98% 수준"이라며 "이번 사건과 관련된 법률 문서 등을 검토한 결과, 리플 매수자에게 마치 증권처럼 별도 법적 의무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42% 껑충 뛴 링크
네이버 관계사 라인이 발행한 가상자산 '링크'는 전주 동시간 대비 42.21% 상승한 30.49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말 라인 블록체인이 '토큰 이코노미 2.0'을 발표한 이후 링크는 지속 상승세다. 토큰 이코노미는 ▲제로 리저브 ▲토큰 분배 정책 ▲연간 인플레이션 비율 5% 등 운영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제로 리저브' 정책이다. 현재 유통되고 있는 약 673만개 링크와 인플레이션으로 발행되는 물량 외에 다른 가상자산을 발행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쉽게 말해 재단 보유 물량을 없애고, 이를 이용한 투자를 원천 차단한다는 점이 골자다. 이같은 계획에 투자자들은 긍정적 반응을 보내오고 있다.
라인 측은 "외연 확장보다는 블록체인이 대중화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 위한 내실을 닦는 데 집중했다"며 "그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신규 발행된 링크를 현금화하거나, 이를 담보로 한 레버리지 사업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카카오 자회사 그라운드X가 발행한 가상자산 '클레이'는 전주 동시간 대비 5.92% 상승한 개당 205.6원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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