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루나 사태'와 'FTX 파산 사태' 등 사건사고가 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을 휩쓸었지만, 진흙탕 속에서도 꽃은 피었다. '러그풀'로 신뢰를 잃어버린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시장엔 대기업이 등장해 쓸모가 있는 NFT를 내놨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들은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산업의 제도권 편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서도 지난해 각종 사건사고 이후 '디지털자산기본법' 준비가 한창이다. 또 최근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ST)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토큰증권 제도권 편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테크M '신년 가상자산 특별 간담회'는 증권형토큰발행(STO)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기 전에 진행됐지만, 참석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STO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특히 STO는 증권사에서 블록체인을 담당하고 있는 이들의 전문분야인 만큼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들은 증권사와 STO 기업의 합종연횡이 점점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STO가 금융의 영역을 넓힐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선임매니저 /사진=이소라 기자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선임매니저 /사진=이소라 기자

 


잘 하는 것에 집중하기 위한 증권사와 기술기업 합종연횡 나온다

지난달 27일 열린 신년 가상자산 특별 간담회에 참석한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선임 매니저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위원 ▲한대훈 SK증권 연구위원 ▲윤성필 신한벤처투자 팀장은 증권사와 토큰증권 기업 간 합종연횡이 가속화될거라 입을 모았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위원 /사진=이소라 기자
한대훈 SK증권 연구위원 /사진=이소라 기자

먼저 윤성필 팀장은 "STO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증권사와 블록체인 기업간 역량 차이는 분명히 존재한다. 전통 금융사는 대용량 블록체인 트랜잭션 처리 등 기술이 요구되는 면에서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고, 반대로 기술회사 입장에선 금융 상품에 대한 구조화, 컴플라이언스 이슈대응 등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주도하기 보다는 상호 협력하는 그림이 될 것 같고, 실제로 그렇게 움직임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용재 매니저는 "사업자들은 누구와 파트너십을 할지 고민할 것"이라며 "전통 금융은 기술이 없고, 크립토 네이티브한 회사는 기술은 있는데 금융업을 해본적이 없다. 서로 잘하는 일을 하면서 파트너십을 맺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증권사와 기술 회사들이 쌍을 이뤄 토큰증권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위원 /사진=이소라 기자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위원 /사진=이소라 기자

 

한대훈 연구위원 역시 토큰증권 분야에서 전략적인 제휴가 많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임동민 연구위원원은 "토큰증권 제도의 방향성이 잘 설정돼 있다고 본다. 특히 증권성 있는 코인이나 탈중앙화 된 코인은 토큰증권이 아닌 디지털자산 기본법에서 논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며 "단계적으로 논의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것에 투자 가능...금융의 영역 넓어질 것

아울러 토큰증권이 금융의 영역을 넓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용재 매니저는 "대형 증권사가 토큰증권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금융의 영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떄문"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가치가 있지만 자본법상 증권이 될 수 없는 것들이 토큰증권을 통해 증권이 되고 유동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용재 매니저는 "사실상 투자계약증권 시장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라며 "투자계약증권은 보완적 측면이 크기 때문에 정의가 모호하다. 즉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증권"이라고 강조했다. 이론적으로 모든 것들이 토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토큰증권 발행 업자들이 굉장히 재밌는 아이템들을 가지고 토큰증권을 만들어낼 수 있을거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투기 억제 및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 당국과의 소통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성필 신한벤처투자 팀장 /사진=이소라 기자
윤성필 신한벤처투자 팀장 /사진=이소라 기자

임동민 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이 매크로, 혹은 해당 회사의 경영 상태, 재무 상태 등에 다 맞물려서 투자를 하다 보니 투자 성과를 보기 어려웠다"며 "토큰증권을 통해 내가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콘텐츠에 자체 투자할 수 있는 계기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걸그룹 뉴진스의 가능성을 보고 하이브에 투자하느 것이 아니라, 뉴진스 자체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는 것이다.

더불어 윤성필 팀장은 "국내 소비자의 소비력이 올라가면서 미술품, 와인, 신발, 명품시계 등 시장이 커졌고, 이에 따라 새로운 상품 투자 니즈도 커졌는데, 이를 실제로 거래할 플랫폼이 없었다"며 "관련 스타트업에게도 토큰증권 사업화는 법적인 이슈로 지연돼왔던 시장이다.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각 사는 집중해야할 일들이 명확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