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폼랩스의 스테이블코인 '테라USD'(UST)와 가상자산 '루나'(LUNA)의 대폭락 이후 가상자산·블록체인 '업권법'에 대한 논의가 다시 불 붙고 있다. 전례 없는 사태로 투자 피해자가 속출하는 가운데, 법제도 미비로 금융당국이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시피 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블록체인의 탈중앙화와 글로벌 지향적인 속성을 지적하며 업권법이 있었어도 이를 통제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업권법 및 제도는 사업자는 물론 투자자에게 최소한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한국인이 만든 '루나', 금융당국 할 수 있는게 없다?

이번 UST·루나 폭락 사태에서 국내 금융당국이 한 일은 '예의주시' 밖에 없었다. 관련 법제도가 전혀 없었기 때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루나가 상장된 거래소들로부터 자료를 받고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사진=금융위
/사진=금융위

이는 지난 5년간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 산업이 급성장 했음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제도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에선 자금세탁방지(AML)을 위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제정됐으나,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관련 업권법에 대한 논의는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이로 인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대처는 각 거래소 별 정책에 따라 달랐고, 국내 거래소 간 루나 가격 차이가 10배 이상 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전혀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건"이라며 "거래소들은 일정한 규제나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업계는 가상자산 시장 업권법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는 윤석열 정부가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책임 소재는 어디?

일각에서는 블록체인의 특징인 탈중앙화와 글로벌 지향이라는 특성 때문에 이를 규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주장한다. 탈중앙화 특성상 특정인에게 책임을 부여하기가 쉽지 않고, 글로벌 프로젝트를 규제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테라 네트워크를 대표할 사람이 없다"며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는 개발자일 뿐이고 탈중앙화에선 대표자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더리움의 대표가 비탈릭 부테린이 아닌 것과 똑같다는 설명이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권도형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사진=권도형 대표 페이스북 갈무리

게다가 몇몇 프로젝트들은 익명성을 내세우며 프로젝트 주요 인물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 업권법이 마련돼 있었다고 해도 이번 UST-루나 폭락 사태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을거란 예상이다. 책임의 주체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익명 프로젝트들의 러그풀은 오래전부터 가상자산 투자자들을 위협해 왔다. 

외신에 따르면 이번 루나 폭락 사태로 인해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가 2020년 초기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프로젝트로 알려진 '베이시스 캐시(Basis Cash. BAC)'의 익명 공동 설립자 중 한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프로젝트는 당시 미국 달러와의 심각한 디커플링으로 인해 실패한 사례로 남았다.


업권법은 모두에게 최소한의 기준이 된다

업권법이 최소한의 기준과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업계의 중론이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지갑 고객확인제도(KYC)가 잘 됐으면 테라폼랩스의 취약점을 공격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익명의 세력이 일종의 작전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명이 드러나면 쉽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문제가 생겼을 때 조치를 위해 익명성과 KYC 사이의 밸런스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원희 디라이트 변호사는 "업권법은 기준과 절차를 정하는 것"이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사실 해외 프로젝트에 업권법 적용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며 "국내법 적용과 집행상 한계는 있을 수 있지만, 투자자들에게 신호라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입법으로 제도적 틀이 마련되면 산업진흥, 사업지원, 투자자보호 3각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작동할 것"이라며 업권법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사진=중계화면
윤창현 국민의힘 국회의원/사진=중계화면

윤 의원은 "지난해 정기국회중에 10여개의 의원 입법안이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1차로 논의됐고, 금융위에 정부안 또는 공식입장을 마련해올 것을 주문한 바 있다"며 "또 여야 대선주자들이 한 목소리로 사실상 같은 내용의 공약을 제시했고 새정부도 국정과제로 선정한 만큼 하반기에 들어서 법안 준비와 논의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