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루나 사태의 후속조치를 논의하는 '가상자산 시장의 공정성 회복과 투자자 보호' 간담회가 13일 국회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지난달 24일에 이은 두 번째 당정간담회다. 


간담회는 가상자산 업권법을 만들기 전 업계가 먼저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자율적 조치를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5대 거래소 대표들은 '가상자산 사업자 공동 자율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 5대 거래소 자율개선방안 발표... 핵심은 '공동협의체·가이드라인·투자자교육' 


이번 자율규제안의 핵심은 '공동협의체' 구성이다. 테라·루나 사태와 같은 위기 상황 발생 시 거래소들이 신속한 공동 대응을 통해 투자자 혼동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석우 두나무 대표는 "루나 사태 이후 거래소 간 공동 대응 강화 필요성에 대해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공동협의체는 긴급 상황에서 거래소 간 신속한 대응을 통해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공동협의체는 핫라인을 구성해 24시간 이내 공동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특정 가상자산의 입출금 정지 등의 조치를 공동 대응할 예정이다. 실제로 5대 거래소는 협의를 거쳐 라이트코인(LTC) 상장폐지를 8일 동시에 공지한 바 있다. 해당 조치는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 전에 시행됐지만, 향후 거래소 공동 대응의 대표적인 예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5개 거래소는 거래지원(상장)과 유통(거래), 거래종료(폐지) 전 단계에 걸쳐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예정이다. 상장 평가 항목의 예시로는 ▲프로젝트 실현가능성 ▲메인넷 수준과 해킹 위험성 ▲자금세탁 가능성 등이 꼽혔다. 상장폐지는 ▲자금세탁 위험성 ▲유통계획과 다른 추가발행 ▲해킹 ▲프로젝트 결함 등이 공통 사항이다. 

현재 거래를 지원 중인 가상자산도 주기적으로 위험 평가를 실시한다. 특히 '가상자산 경보제'를 도입해 가상자산 유통량이나 가격에 급격한 변동이 생길 경우 투자자의 주의를 환기한다는 방침이다. 


투자자들이 백서나 평가보고서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거래소 홈페이지 내 정보의 접근성을 개선하는 내용도 자율규제안에 담겼다. 또 가상자산 투자 관련 교육 동영상을 제작해 신규 투자자에게 의무적으로 시청하게 하는 등 투자자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이 대표는 "오늘 말씀드리는 내용은 주요 거래소가 책임감을 갖고 논의한 결과물"이라며 "거래소 공동 자율 규제안의 시작점으로 봐달라"고 설명했다. 


5개 거래소는 이달 중 공동협의체를 출범할 예정이다. 이어 올해 말까지 공통 가이드라인 기준 마련을 마련하고 백서, 평가보고서 등의 정보 제공 접근성을 높인다. 내년 1월에는 신규 투자자를 대상으로 가상자산 투자 관련 교육 동영상을 의무 시청하도록 할 예정이다. 


◇ '자율개선방안' 법적 구속력 없어... 범위·권한 보완 필요 


이날 간담회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의 개선 방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자율규제안이 구속력 없는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선영 동국대 교수는 "거래소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에는 사실상 구속력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강제 의무사항이 없으면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도 사실상 현재와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금융투자협회의 경우 회원사 간 가입 계약을 통해 회칙의 의무 이행을 강제한다"며 "공동협의체 또한 구체적인 조직 구성과 역할, 권한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도 거래소 간 업무협약(MOU) 체결을 통한 공동협의체 출범을 두고 "업무협약은 상호 귀속력이 없다"고 짚었다. 


그는 "거래소의 자율개선 방안이 구색 맞추기에 그쳐선 안된다"며 "좀 더 진일보한 투자자 보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거래소가 자율 개선 방안을 만들었다고 해서 향후 발생할 투자자 피해에서 책임을 면할 순 없다고 덧붙였다. 


◇ 디지털자산기본법' 입법 서둘러야 


이번 거래소의 자율규제안 발표는 테라·루나 사건 이후 투자자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정부와 시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결과다. 다만 제대로 된 투자자 보호와 안정적인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디지털자산기본법 등의 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원희 디라이트 변호사는 "결국 중요한 것은 무엇을 하겠다는 선언이 아닌, 이를 위반했을 때 가할 수 있는 제재수단"이라고 짚었다. 그는 "자율규약안은 강력한 제재 수단을 가지기 어려울 뿐더러 거래소 간 이해 관계도 서로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하며 정부의 입법이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 당국 또한 간담회에서 입법 차원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정부도 가상자산 거래소의 자정 노력을 살펴 필요한 사안을 디지털자산기본법에 반영하는 등 책임있는 혁신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 당정간담회를 통해 첫 공식 행보를 보인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도 입법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금번 당정 협의가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방향을 모색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면서 "이번 간담회 발표를 참고해 금융감독원에서도 투자자 보호 공백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