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100일 입법 대책 발표를 사흘 앞두고 루나·테라 암호화폐 폭락사태와 관련해 투자자 보호를 위한 긴급 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23일 열렸다. 


토론회에서는 크게 두 가지 주제가 대두됐다. 


먼저 애초에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 테라 자체가 치명적인 결함을 안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어 체계화된 관리기구의 부재가 사태를 키웠다는 것이다. 아울러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는 일제히 '규제의 필요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이번 세미나는 윤창현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성일종 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공동으로 개최했다. 토론회 좌장은 윤창현 의원이 맡았다. 


첫 발제자로 나선 전인태 가톨릭대 수학과 교수가 '루나 사태 발생의 원인 분석 및 재발방지를 위한 법제화 방향'에 대해 제시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국회발의 가상자산산업법의 비교분석 및 관련 쟁점'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 김종환 블로코 대표,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 황석진 동국대학교 교수, 박주영 금융위원회 과장 등이 참여했다.


◇ 루나·테라 본질적인 문제점 있어 


성일종 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행사 개회사에서 루나·테라가 내재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본질적인 문제점에 대해 설명하면서 "루나와 테라는 애초에 가상자산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다."고 역설하며 루나 사태가 일어난 까닭은 규제가 미비한 틈을 타 제도권 밖에서 암호화폐가 규모를 키운 탓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 반드시 관련 가상자산기본법을 제정해야하지만, 기본법 제정은 시일이 오래 걸리고 시행령은 국회 통과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생각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첫 발제자인 전인태 가톨릭대 수학과 교수는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 루나의 앵커 프로토콜이 사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며 "기축통화로써 자리매김할 뻔한 테라가 안타깝게 쓰러진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이어 "개인적인 이익과 생태계 전체의 이익이 상출될 때 암호화폐 생태계 구성원의 투표로 의사결정을 하는 DAO 시스템 자체의 문제점이 있고, 하락을 비트코인으로 방어하면서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 그 자체의 가치를 잃어버린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국내 루나 이용자는 약 28만명이다. 이 가운데 10만명은 가격 폭락에 따른 반등심리로 뒤늦게 매수에 참여했다. 


그는 "발행량이 고정된 주식과 달리 소각하지 않으면 발행량이 끊임없이 늘어나는 루나의 생태계를 투자자들이 이해하지 못했기에 피해 규모가 늘어났다."며 "국문 백서 발행을 법적으로 제도화해 정보 불평등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또 "가상자산거래소의 책임과 의무를 규정하고 공인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루나·테라 사태가 커진 것이 알고리즘 스테이블 화폐 그 자체의 문제일 뿐 아니라 허술한 규제의 합작이라는 평가다. 


◇ 산업 육성 전제로 한 공시·불공정거래·사업자 규제 필요 


두 번째 발제자인 김갑래 연구위원은 "암호화폐 규제는 산업 육성을 위한 전제 조건"이라며 "공시 규제, 불공정거래 규제, 사업자 규제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현재 암호화폐 거래소는 탈중앙화거래(Defi)보다는 기존 중앙화금융(Cefi)에 가깝다. 중앙집중화된 거래소에서 거래 효율화를 중시한다."라며 "현재 국회에 발의된 법안도 기존 자본시장법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피해사건도 금융시장 초기에 발생한 문제와 비슷하며 가상자산 공시·불공정거래·사업자 진입 규제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반대로 "디지털 자산이 스마트 계약 실질심사 등을 통해 발행 및 유통되고 분산원장기술(DLT)를 활용하는 점 등 가상자산으로서의 특수성을 고려한 입법이 필요하다"고도 역설했다. 또 "동일한 가상자산이 국제적으로 분할된 시장에서 거래되어 국제적 공조가 필요하다는 특성도 고려되어야 한다."라며 "국외에서 이루어진 가상자산거래 관련 행위가 국내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국내 가상자산산업법을 적용한다는 규정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공동 주최한 윤창현 가상자산특별위원장도 "특금법 시행령만으로 시장이 움직여 생긴 문제"라며 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전했다. 


토론회에서는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글로벌테크노경영전공 교수가 "기존 증권규제는 거의 100년에 걸친 역사의 산물”이라며 가상자산규제에 신중을 기해야 함을 당부했다. 아울러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을 스테이블 코인이 아닌 일반 가상자산으로 분류하는 유럽의 가상자산법안(MiCAR)을 예로 들며 “해외의 가상자산규제수준을 확인하고 입법을 완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을 배제한 유럽의 길을 택해서는 안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김종환 블로코 대표는 "특금법의 적용 대상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며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기본적으로 금융대상의 서비스만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날 토론회는 가상자산 규제의 필요성과 그 범위 정립에 관한 주장으로 일관되게 진행됐으나 정부가 규제 체계를 정립한다해도 투자자 보호가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 또한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