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이어 삼성전자 또한 미국 퀄컴-구글과 손잡고 '확장현실(XR)' 플랫폼 개발에 뛰어들어 주목된다. 속도 조절에 나선 애플과 달리, 속도전에 남다른 삼성전자가 XR 시장 진출을 공식화한 만큼, 메타버스 시대가 더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 언팩 2023' 행사에서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오늘 우리는 함께 차세대 XR 경험을 만들어감으로써 모바일의 미래에 다시 한 번 변화를 가져오고자 한다"고 밝혔다.
노 사장은 "미래에는 몰입형 공유 경험으로 사람들의 삶이 개선되고 풍요로워질 것"이라며 "서로 연결하는 방식에 큰 변화가 생기고 심지어 지구 반대편의 사람들과도 원활하게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일상에서의 실제 경험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며 "현재 우리가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새로운 업무와 놀이의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현장에서 연단에 오른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삼성과 협업한 갤럭시 S23 시리즈는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큰 만족감들 줄 것"이라며 "노트북, 태블릿, XR 등 다른 갤럭시 제품에도 차세대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몬 회장은 "XR분야에서는 실제 세계와 디지털 세계 간의 경계를 허무는 매우 몰입도 높은 디지털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삼성의 뛰어난 제품과 구글의 경험이 퀄컴의 스냅드래곤 XR 기술과 만나 이러한 기회를 현실로 만들고 인터넷 공간의 미래를 견인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함께 업계의 발전을 이끌어 가는 동시에 갤럭시 사용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술과 디바이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언급한 내용에 따르면 XR 디바이스는 삼성이, 디바이스에 들어가는 칩셋은 퀄컴이, XR 앱과 서비스는 구글이 만드는 형태로 협업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은 모두 현재 애플과 경쟁하고 있는 관계라는 점이 흥미롭다.
앞서 애플은 리얼리티 프로라는 이름의 XR 제품을 올 상반기 공개,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특히 애플은 '아이폰' 등 디바이스부터 칩셋, 앱 생태계, 서비스 등을 수직계열화하는 폐쇄된 생태계 전략을 통해 독점력을 높이고 있어 '오픈이노베이션'을 표방한 삼성 연합군과 대척점에 놓여있다. 이런 경쟁 구도가 '차세대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XR 기기 및 메타버스 생태계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빅테크의 XR 참전으로 시장 규모는 기하급수 팽창할 전망이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XR 헤드셋 출하량은 2022년 1800만대, 올해는 3600만대로 추정된다. 여기에 2024년 5700만대, 2025년에는 1억1000만대, 2030년에는 10억대 수준의 출하량이 예상된다. 스마트폰은 정체돼있지만, XR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의미다. 시장 규모를 살펴보면, 2021년 기준 7조원에서 2025년에는 8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무엇보다 올해 등장할 XR 기기의 경우, 1세대 제품에서 벗어나 휴대성과 착용감이 우수하고, 10여개의 내장 카메라를 바탕으로 몰입감이 향상된 안경(Glasses) 형태를 구성,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활용성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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