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웹툰·스노우·제페토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한국 토종 플랫폼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는 점이다. 각자의 영역에서 존재감을 뽐내며 '억 단위'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이 뒤를 이을 '차세대 유니콘'이 언제 탄생할지, 누가 될지는 업계의 꾸준한 관심사이자 화두다.

ZEP은 잠재적 후보로 꾸준히 회자되는 곳 중 하나다. 이 회사는 '제페토' 운영사 네이버제트와 '바람의나라:연' 개발사 슈퍼캣이 합작해 설립했다. 각사의 장점을 고루 섞어 글로벌에서 통하는 서비스를 만들자는 목표였다. 제페토를 성공시키며 글로벌 진출 노하우가 풍부한 네이버제트, 아기자기한 2차원(2D) 도트 그래픽과 게임 개발 기술을 가진 슈퍼캣. 두 회사의 장점은 ZEP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가볍고, 재밌는 2D 메타버스 서비스가 탄생했다.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그래픽=디디다 컴퍼니 제작

김상엽 ZEP 공동대표는 "메타버스는 '넥스트 인터넷·넥스트 모바일'인 만큼, 10년을 걸쳐 성숙해질 분야"라며 "오피스·캠퍼스·콘서트 등 일상생활의 일정 부분을 대체하는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이어 "건실한 이익을 계속 만들며 웹 메타버스 영역 1등, 유니콘 기업이 되겠다"라고 말했다.

ZEP은 매달 5만 개 이상 공간이 생성되는 메타버스 서비스다. 원격 근무, 학교 수업, 채용 설명회, 아이돌 팬미팅, 아파트 모델하우스 등 일상의 모든 공간이 재현된다. 2D 기반 가벼운 구동성을 갖춘 결과다. 또 아기자기한 도트 그래픽은 ZEP의 정체성이 됐다. 누적 500만명 이용자가 호응했다.

잘 만든 서비스는 어디서나 통하는 법. 일본을 포함해 아시아 시장 진출의 길도 열리고 있다. 올해 3월 ZEP은 일본 1등 인터넷 기업 소프트뱅크와 협업해 현지 진출에 나섰다. 또 태국과 싱가포르 등 국가에서도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ZEP은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보폭을 넓힐 계획을 세웠다.


가볍고 재밌는 '실생활 메타버스'

김 대표는 스노우에서 여러 신사업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ZEP에 합류했다. 새롭게, 빠르게 시도하자는 '스노우 DNA'가 발휘됐다. 제페토 소속으로 일하던 중, 조인트벤처(JV) ZEP이 설립됐다. 김 대표는 새로운 서비스 개발에 도전하고자 ZEP으로 적을 옮겼다. 기획팀장으로 출발해 대표직까지 올랐다. 김 대표는 "2D 그래픽과 도트 아트쪽을 꽉 잡고 있는 슈퍼캣과 함께 한다고 하니 기대가 컸다. 실제 핵심 인력들이 (ZEP에) 다 붙었다"라고 언급했다.  

ZEP이 여타 메타버스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점은 '가벼운 구동성'이다. 김 대표는 "생산성·사용성 측면에서 장점을 지닌다"라며 "3D 플랫폼은 공간 하나를 구축하는데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생산의 진입장벽이 있는 것이다. 반면 ZEP은 누구나 쉽게 만들고, 언제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엽 ZEP 공동대표 /사진=ZEP 제공
김상엽 ZEP 공동대표 /사진=ZEP 제공

많은 이용자가 ZEP에서 쉽게 놀다보니, 일상 생활의 모든 공간이 구현됐다. ZEP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테스크포스(TF)를 만들어 운영한다. 교육·부동산·채용·독서실 등 다양한 분야 TF가 활동했다. 김 대표는 "OX퀴즈, 도전골든벨, 4지선다 미로 등 여러 기능이 교육에 활용된다. 작년쯤, 교사분이 '방탈출' 공간을 ZEP에서 만들었는데, 몇십만명의 초등학생이 방문했던 적이 있었다. 교육 분야 활용을 돕기 위해 TF가 꾸려졌다"고 했다.

또 맵 제작·행사 운영·스크립트 개발 등 전문 파트너사와 협업해 공간을 개발하기도 한다. ZEP 공식 파트너사는 32곳에 달한다. 김 대표는 "방탈출 공간을 잘 구현하기 위해 '레다게임즈'에 투자하기도 했다. 온·오프라인 방탈출 전문 회사인데, ZEP에서 여러 방탈출 게임을 만들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여러 회사와 협업해 맞춤형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비즈니스모델(BM) 구축에도 도움이 됐다고 한다. 현재 ▲맞춤형 맵 구축 수주 ▲고급 기능 일부 유료화 ▲활동 데이터 분석 제공 ▲게임재화 등 여러 모델이 있다. 김 대표는 "아바타 꾸미기 등 과금 요소가 여전히 많다"라며 "누구든 자신의 서비스를 쉽게 올리고 거래하는 '마켓 플레이스'도 구축해뒀다. 이 부분도 수익화 여지가 있다. 기업간거래(B2B) 영역 중심으로 BM을 넓히고자 한다"고 전했다.


日 이어 태국·싱가포르도 '러브콜'

ZEP은 일본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채비를 하고 있다. 올해 3월 소프트뱅크와 협력, 일본 진출을 공식화했다. 김 대표는 "소프트뱅크가 ZEP 플랫폼을 일본 시장에 최적화된 메타버스 서비스로 봤다. 일본 진출을 위해선 '파트너십'이 가장 중요한데, 가장 든든한 파트너를 만났다"고 말했다.

이미 일본에서 흥행 사례도 만들어졌다. AKB48, 나니와단시 등 유명 아이돌의 이벤트를 ZEP에서 진행했다. 팬들이 모인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어 '포토존', '레이싱게임' 등을 붙여준다. 김 대표는 "요즘 일본은 대체불가능한토큰(NFT) 시장이 뜨거운데, VIP팬들에게 NFT를 나눠주는 공간도 만들었다. 반응이 좋았다"라며 "10만명이 몰린 AKB48 콘서트는 중간중간 토크쇼도 했다. 또 한국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팬미팅도 진행했다"고 전했다. 

ZEP에서 진행한 라인 AI 부스트캠프 1기 수료증 전달식 /사진=ZEP 제공
ZEP에서 진행한 라인 AI 부스트캠프 1기 수료증 전달식 /사진=ZEP 제공

태국과 싱가포르 등에서 러브콜도 이어졌다. 김 대표는 "태국 소프트웨어 기업 '자이젠'이 직접 ZEP의 현지 판매 계약을 맺고 싶다고 연락을 줬다. 재택근무 플랫폼으로 ZEP을 사용하고 있는 곳"이라며 "싱가포르는 노인복지를 위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개발 중인데, 협력하고 싶다고 했다"고 언급했다.

메타버스 시장이 시들해졌다는 전망도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김 대표의 생각이다. 메타버스 플랫폼은 넥스트 모바일을 위한 '포맷'으로, 기본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의미다. 김 대표는 "인도·브라질 등 네트워크 사양이 좋지 않은 곳에서도 구동이 가벼운 ZEP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목표는 실생활 메타버스의 1인자,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메일, 메신저 등 포맷은 매일 사용하지만 재미를 원해서 쓰는 것이 아니다. 일상 생활에 필요하기 때문에 쓰는 것"이라며 "ZEP도 일상생활의 일정부분을 점유하면서, 이 분야 글로벌 1등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