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게임사 '넥슨'의 창업주인 김정주 회장이 향년 54세의 나이로 미국에서 사망했다. 그는 한국 벤처업계의 신화이자, 줄곧 미래 개척자로 통했다. 

1일 넥슨 지주사 엑엔스씨(NXC)에 따르면 김 회장은 최근 미국에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한국 벤처 신화의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1968년생인 고인은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학사)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전산학과 석사를 취득했으며 박사과정을 6개월 만에 그만두고 1994년 넥슨을 창업했다.

그는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와 의기투합, 세계 최초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바람의 나라'를 개발하며 국내 온라인 게임시장을 개척했다. 이후 지난 2011년 일본 도쿄 증시 입성에 성공하며 한국 게임시장의 지평을 열었다. 국내시장보다 더 많은 자본을 해외에서 확충하며 일본 증시 입성 6년만인 지난 2017년에는 일본 상장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시가총액 10조원을 돌파했다. 그리고 3년만에 시총 20조원을 넘어서면서, 한국과 일본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게임사로 불리게 됐다.

그러나 김 회장은 넥슨 설립 후 회사 선두에서 진두지휘 할 때도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경영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뒤에서 회사의 큰 그림을 그리는 '그림자 경영'으로 유명하다. 이때문에 김 회장은 학력이나 주식 등 일반적인 프로필 외에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어서 '은둔의 경영자'로도 불린다. 

김 회장의 은둔은 경영일선에 물러나서도 계속됐다. 거처를 NXC(넥슨 지주사)가 소재해 있는 제주도에 두면서 언론은 물론 회사 내부 행사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하지만 미래를 앞서 보는 눈은 탁월했다. 그는 블록체인 시장의 개화를 앞서 예측,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과 비트스탬프 등을 연이어 인수하며 최근까지 한국 벤처업계의 미래 지향점을 주도해왔다. 실제 그는 인수합병(M&A)에도 남다른 능력을 보여왔다. 김 창업자는 회사 설립 이후 지난해 7월까지 15년간 NXC의 대표직을 맡으며 크고 작은 빅딜을 일궜다. 던전앤파이터를 비롯, 게임한류의 수출 동력 역시 모두 김 회장의 발빠른 판단 덕에 얻어낸 과실이다. 

다만 김 회장은 지난해 7월 NXC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그는 "보다 자유로운 위치에서 넥슨컴퍼니의 성장을 돕고,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글로벌 투자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었다. 그러나 이후 미국에서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 들어 우울 증세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