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상자산 시장은 사건사고로 얼룩졌다. 글로벌 시장선 ▲테라 루나 사태 ▲FTX 파산 사태가 일어났고, 국내선 위메이드의 가상자산 '위믹스(WEMIX)' 국내 4대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지원종료(상장폐지) 됐다. 또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붐도 일었다. 하지만 거품은 빠르게 사라졌고 사업을 중도에 포기하고 사라지는 '러그풀'이 성행했다. 이 가운데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은 60% 이상 하락했다. 

테크M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새해를 맞아 가상자산을 담당하고 있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과 함께 지난해 블록체인 업계와 가상자산 시장을 돌아보고 올해 블록체인·가상자산 업계의 흐름을 전망하는 신년 가상자산 특별 간담회를 지난달 27일 개최했다. 허준 테크M 편집장이 모더레이터를 맡아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선임매니저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위원 ▲한대훈 SK증권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또 ▲윤성필 신한벤처투자 팀장도 새롭게 참여했다.

(사진 왼쪽부터) 한대훈 SK증권 연구위원,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선임매니저,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위원, 윤성필 신한벤처투자 팀장 /사진=이소라 기자
(사진 왼쪽부터) 한대훈 SK증권 연구위원,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선임매니저,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위원, 윤성필 신한벤처투자 팀장 /사진=이소라 기자

특히 지난해 대기업들이 NFT 사업에 진출할거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대기업 NFT는 대기업이 주는 신뢰감을 기반으로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흥행했다. 이에 애널리스트들은 지난해 NFT가 다양한 비즈니스와 연결되면서 가상자산의 저변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또 각종 사건 사고를 겪은 가상자산 시장이 자정작용을 통해 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1년만에 다시 뭉쳤다...'대기업 NFT 진출' 예상 적중

1년만에 다시 열린 신년 가상자산 특별 간담회에서 새로 합류한 윤성필 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윤 팀장은 "NFT라는 새로운 금융상품의 등장에 자본이 많이 몰렸다. 변동성이 클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예상보다도 더 컸던 것 같다"며 "다만 베어마켓이 오면서 점차 시장이 NFT의 본질에 집중하는 시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NFT의 실질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윤성필 신한벤처투자 팀장 /사진=이소라 기자
윤성필 신한벤처투자 팀장 /사진=이소라 기자

이어 임동민 연구위원은 NFT가 지난해 저변을 넓혔다고 평가했다. 임 연구위원은 "지난해를 정리해보면, NFT로 중요한 변곡점을 맞았다. 그 전에는 크립토가 기술과 개발 그리고 금융에만 머무르는 것처럼 보였는데, NFT가 다양한 서비스들과 접목되면서 저변을 넓혔다"고 말했다. 특히 대기업이 NFT를 이용해 브랜딩을하고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시도가 꾸준히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임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지난해 NFT가 블록체인의 킬러 서비스라고 언급했던 이용재 선임매니저는 대기업 입장에서 NFT는 친근한 소재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마케팅 측면에서 대기업 비즈니스와 잘 연결이 되고 실질적인 혜택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투기성이 있다는 오명도 조금 비껴갈 수 있다"며 "최신 크립토 트렌드를 반영해서 회사 이미지도 혁신적으로 가져갈 수 있어서 대기업들이 NFT를 많이 수용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대훈 연구위원은 "대기업의 NFT 사업 진출, 제도화 등이 각종 사건사고들로 인해서 더 건전해지고 속도도 빨라질거란 생각이 든다"며 "NFT 가격에 의구심을 가졌던 때가 불과 재작년인데 이미 유통 기업들 NFT가 나오기 시작했다. 사건사고들로 인해서 신중함을 기하게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발전과 진화에 사고는 필연적...韓 규제가 더 빠를수도 

아울러 이날 간담회에선 지난해 가상자산 업계를 휩쓸었던 다양한 사건사고에 대한 생각도 나눴다. 애널리스트들 모두 사건사고를 지난해 최대 화두로 꼽았다. 상반기 테라 루나 사태, 하반기 FTX 파산 사태를 겪으며 가상자산 시장은 사실상 초토화됐다.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선임매니저 /사진=이소라 기자
이용재 미래에셋증권 선임매니저 /사진=이소라 기자

윤성필 팀장은 "아무래도 사건사고들이 지난해 가장 큰 화두였다"며 "이 과정에서 시장 전체적으로는 큰 고통이 있었지만, 이를 통해 결국 우리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어떤 길로 가야 하는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또 예상외로 국내서 제도권 편입이 해외보다 더 빠르게 진해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용재 매니저 또한 국내 가상자산 시장 제도화가 해외보다 빠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테라 루나 사태가 한국인이 연루된 사건이기 때문에 제도화가 더 빠를 수 있다는 것. 그는 "일례로 증권형 가상자산 가이드라인이 2월초 예정(지난 5일 배포)돼 있다"며 "이는 증권형 가상자산 분야로 한정했을 때, 금융당국이 일목요연하게 가이드라인을 정리해 사업자들에게 배포하는 최초의 사례라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임동민 연구위원은 각종 사건사고로 인해 제도화가 규제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투자자 보호를 할 수 있는 명확한 체계가 매끄럽게 진행되기를 기대했는데, 사건사고가 많다보니 규제가 생각보다 강하게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간 규제 논의가 기준 정립을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사건사고 이후에는 사건사고 방지를 위한 규제가 좀 더 가미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더불어 한대훈 연구위원은 "기술이 발전하고 진화하는데 사고는 필연적인데, 유독 지난해 몰린 것 같다"며 "블록체인이나 크립토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지난해 있었던 많은 사건사고들이 몇년 후에 봤을 땐 굉장히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이 더 빠르게 양성화되고 안정화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위원 /사진=이소라 기자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위원 /사진=이소라 기자

 


크립토 회사가 망하는 이유 '모럴 해저드'...투자자보호·리스크 관리해야

또 이날 가상자산 약세장을 의미하는 크립토윈터만 4번째 겪은 이용재 매니저는 크립토 회사가 망하는 이유로 모럴 해저드를 꼽았다. 이 매니저는 "개인적으로 보면 정말 어떻게 이렇게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지, 이게 정말 말이 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일반 회사들이 하지 않을 안일한 행동들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비판했다.

고객의 돈을 마음대로 사용하거나 리저브를 두지 않는다거나, 고객의 돈과 회사 돈을 분리하지 않는 일들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이에 이 매니저는 제도권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하지 않았을 행동이란 것이다. 또 그는 "내부 통제 시스템이나 이런 윤리 수준 같은 것도 굉장히 끌어올려야한다"고 강조했다.

한대훈 연구위원은 또한 블록체인·가상자산 관련 기업이 대중성을 띄고 싶고, 많은투자자와 함께하고 싶다면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와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들 기업이 하는 일이 금융회사의 영역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 한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위원 /사진=이소라 기자
한대훈 SK증권 연구위원 /사진=이소라 기자

다만 임동민 연구위원은 "전통 금융시장에서 사고가 난다면, 전통적인 구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크립토 금융위기는 그냥 내버려둬야 한다. 크립토 금융위기에서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보안과 안정성"이라며 "누군가 개입해서 하는게 아니라 노드의 작업에 의해서 진행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크립토 네이티브 한 시장이라면 문제가 생겼을 때 네트워크를 어떻게 잘 유지할 것인가, 노드를 어떻게 더 활성화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만약 크립토 시장에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전통 금융의 방식으로 해결하려 한다면 확실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