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로 주주가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
부정부패 자체가 일어날 수 없는 구조지만
모든 의사결정이 투표 통해야 하는 비효율성과
금권주의로 변질될 가능성 높다는 단점도 있다

/ 사진=컨센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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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붐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파이(DeFi)와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이 주요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블록체인 기반 커뮤니티 '탈중앙화자율조직(다오, DAO)'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간송미술관이 경영난을 이유로 케이옥션에 내놓은 국보 두점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국내에서 '국보 DAO'가 결성된 것도 'DAO'에 대한 관심에 불을 붙였다.

미디어들이 국보 DAO를 앞다퉈 보도하면서 디파이, NFT에 이어 DAO가 어느정도 대중에게 알려지고 있는 단계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보통 입찰을 위한 모금을 할 때, 크라우드 펀딩 형식으로 할텐데, DAO가 어떤 특징이 있길래 국보 입찰을 위해 만들었을까? 그보다 먼저 DAO란 무엇일까? 기자와 함께 코드와 토큰으로 돌아가는 DAO에 대해 알아보자.


투표 통해 주주가 직접 경영에 참여한다

사실 DAO는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NFT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고 이제야 주목을 받은 것처럼, DAO 역시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 그렇다면 DAO란 무엇인가? DAO란 '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의 약자다. 말 그대로 탈중앙화자율조직이다. 기존의 중앙집중화된 조직·단체·기업과 달리 블록체인 위에서 분산화돼 운영된다. 오너나 대표 없이 DAO 참여자들에 의해 운영된다는 뜻이다. 

주식회사의 경우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지만, 운영 주체는 회사의 임직원들이다. 인수합병(M&A) 정도를 제외하고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주주들과 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DAO는 모든 의사 결정이 블록체인 스마트컨트랙트와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투표로 이뤄진다. 스마트컨트랙트란 계약을 코드로 구현하고, 특정 조건이 충족됐을 때 해당 계약이 이행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즉 DAO는 미리 정해진 규칙에 따라 운영된다.

규칙이 될 스마트컨트랙트의 내용은 구성원들의 투표로 정해진다. 이를 통해 주주가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투표로 정해진 규칙은 블록체인 위에 기록되기 떄문에 누구든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규칙을 바꾸기 위해선 투표가 필요하다.


자금모집·이익배분·투표 모두 토큰으로

스마트컨트랙트와 투표로 운영되는 DAO가 자금모집, 이익배분, 커뮤니티 구성원의 투표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거버넌스 토큰'이다. 예를 들어 특정한 목표를 가진 DAO가 출범하면 그 DAO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해당 DAO의 거버넌스 토큰을 구매해 DAO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이때 발행 및 판매된 거버넌스 토큰의 수익은 DAO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자금이 된다.  

또 DAO 구성원들은 거버넌스 토큰 수에 비례해 DAO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올라온 제안에 대해 찬반 투표를 할 수 있고, DAO가 모집한 자금 사용 방향성과 DAO 사업 방향성을 직접 제안할 수도 있다. 이에 더해 기여도에 비례에 DAO 활동에 따른 이익을 토큰으로 배분 받는다. 탈중앙화거래소(DEX)에 유동성을 제공한만큼 거버넌스 토큰을 보상으로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토큰은 구성원들이 DAO에 참여하고 기여하게 하는 요인이다. 또 스마트컨트랙트란 기술 때문에 복잡해 보이지만, 거버넌스 토큰을 구매해 누구나 손 쉽게 DAO에 참여할 수 있다.


코드의 의지로 돌아가는 DAO, 부정부패 없다

DAO가 주목 받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는 바로 스마트컨트랙트에 의해 운영되기 때문에 부정부패나 오너 리스크가 없다는 점이다. 일단 DAO에는 오너가 없다. 이때문에 특히 국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오너 리스크가 있을 수 없다. 또 커뮤니티 구성원들의 투표를 통해 사업 방향성이 정해지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동의하지 않는 사업은 진행될 수 없다. 구성원들은 거버넌스 토큰의 가치 증대와 DAO의 이익, 자신의 이익을 위해 투표한다. 합리적인 투표가 기대되는 이유다. 

또한 DAO의 모든 활동은 위변조가 거의 불가능한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주식회사의 분식회계 같은 장부 조작이 애초에 불가능한 것. 아울러 오픈 소스이기 때문에 누구나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규칙도 투표를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부정부패 행위가 일어나기 힘든 구조다. 이처럼 DAO는 수평적 구조, 수익의 공평한 분배, 투명성 등으로 새로운 조직 형태로 주목 받고 있다.


초기 단계인 DAO...비효율성·금권주의 등 해결해야

물론 완벽해보이는 DAO에도 단점은 존재한다. 먼저 비효율성이다. DAO의 모든 의사결정을 커뮤니티 구성원의 투표로 결정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한 어떤 사안에 투표해야 할지도 투표로 정하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이슈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인 것이다. 아울러 DAO가 탈중앙화를 지향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실제로 탈중앙화돼 있는지 들여다볼 필요도 있다. 

DAO에선 토큰 보유량에 따라 투표 영향력이 결정되기 때문에 토큰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구성원의 의지가 더 많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DAO의 미래와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투표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 돈이 권력이 되는 금권주의 커뮤니티가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거버넌스 토큰을 오래 보유 만큼 더 많은 투표권을 주는 방식 등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DAO는 이제 막 시작 단계"라며 "해외나 국내에서 계속 생겨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DAO의 가장 큰 장점은 특정 집단이나 개인이 아닌 커뮤니티가 해당 프로토콜을 이끌어간다는 점"이라며 "벤처캐피탈(VC)도 DAO로 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빈 서강대학교 지능형 블록체인 연구센터 교수는 "탈중앙화는 시대의 흐름"이라면서도 "DAO 같은 경우 아직 초기 단계이기 떄문에 검증이 덜 돼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기본적인 방향은 맞다고 본다"며 "기여한 만큼 보상받는 프로토콜 경제의 시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