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이 단체활동의 잠정 중단을 선언하면서 업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방탄소년단의 팬덤 '아미'는 "해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며 멤버들을 응원하고 나섰지만,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하이브의 핵심 수익원인 방탄소년단의 이탈이 회사의 기업가치를 대폭 깎아 먹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실제 이날 장이 열리자 마자 하이브 주가는 25% 가량 빠졌다.

기업공개(IPO) 이후 하이브가 맞은 최대 위기다. 하지만 이는 도리어 하이브의 면면을 제대로 직시할 기회이기도 하다. 그동안 하이브는 '방탄소년단을 빼면 뭐가 남을까?'라는 질문을 끝없이 받아온 기업이다. 이에 하이브가 내놓은 대답은 '신사업'이다. 회사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아티스트와 팬의 연결을 돕고, 경계없이 산업을 확장하겠다는 목표로 준비를 이어왔다. 


경쟁사는 네이버·카카오...하이브 '플랫폼' 꿈 키우다

15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하이브의 사업 다각화 행보는 상장전부터 이뤄졌다. IPO와 맞물리면서 하이브의 행보는 더욱 적극적으로 변했다. 하이브는 공모가 산정 때 피어그룹(비교군)으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를 꼽았다. 단순히 아티스트를 관리하는 엔터테인먼트사를 넘어 지식재산권(IP) 사업자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였다. 직접 플랫폼을 만들고, 거기에 소속 아티스트의 IP를 활용하는 콘텐츠를 넣어 경계없이 사업을 펼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상을 위해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일찍부터 인재 영입에 공을 들여온 것은 유명한 사례다. 하이브의 임원진(C레벨)은 엔터 업계에 오래 종사한 인물이 거의 없다. 도리어 플랫폼, 게임 등에 특화한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 대표 게임사 넥슨 출신인 박지원 대표가 대표적이다. 김태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전신인 NHN·다음에 몸담았다. 이진형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는 이커머스 플랫폼 기업 위메프 출신이다.

위버스 맵 앤 웨이트 서비스 /사진=하이브 제공
위버스 맵 앤 웨이트 서비스 /사진=하이브 제공

 

탄탄한 인재풀을 확보한 하이브의 첫 발걸음은 '위버스컴퍼니(전 비엔엑스)'를 통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에 모아졌다. 2019년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등 3개 팀으로 위버스 플랫폼을 내놨다. 하이브는 여기에 타사의 아티스트 IP를 끌어와 플랫폼 규모를 키웠다. 2020년과 2021년 33개 팀이 새롭게 합류했다. 현재 전 세계 238개 국가·지역에서 서비스되고 있다.

더나아가 게임과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등 신사업도 속속 준비하기 시작했다. 넥슨 출신 박지원 대표가 주도해 게임사업부 '하이브IM'을 만들고, 올해 이를 법인으로 분리해 힘을 실었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는 NFT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키로 했다. 올해 상반기에 미국에 조인트벤처(JV) 설립을 완료했고, 현재 양사는 NFT 플랫폼 준비에 한창이다.


씨앗 뿌려놓은 신사업...플랫폼 진화, 올해 본격화

하이브에게 올해가 특별한 이유는 신사업이 한단계 더 도약하는 분기점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네이버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양수한 위버스가 올해 7월 새롭게 론칭될 예정이다. 일명 '위버스 2.0'으로 불리며, 한국투자증권은 브이라이브와 위버스 통합 플랫폼의 월간 이용자수가 올해 중 4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기반한 위버스 플랫폼의 가치는 약 6조원 수준이다. 유료이용자(PU) 240만명, PU당 가치를 250만원을 가정한 수치다. 

게임과 NFT 사업 또한 결과물을 내놓기 시작했다. 하이브는 지난 4월 자체 개발한 모바일게임 '인더섬 with BTS'를 출시했다. 이 게임이 특별한 것은 BTS가 직접 개발에 참여한 게임이라는 점이다. BTS는 게임 캐릭터로서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 타이틀부터 로고, 캐릭터 디자인과 게임 내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는 OST 등에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두나무와 준비 중인 NFT 또한 팬이 NFT를 활용해 아티스트와 소통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구상중이다.

BTS가 개발에 참여한 '인더섬 with BTS' /사진=하이브 제공
BTS가 개발에 참여한 '인더섬 with BTS' /사진=하이브 제공

 

이를 종합하면, IP를 활용해 팬과 아티스트가 언제 어디서나 연결되고 소통하도록 '판'을 깔아뒀다는 의미다. 플랫폼 위버스는 아티스트와 팬과의 소통창구, 콘텐츠 제공, 공식적인 기획상품(MD) 판매 등을 진행, 언제 어디서나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소통하는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2021년 매출 2394억원, 영업이익 85억원을 기록, 하이브 내 종속회사 중 규모가 가장 크다. 게임은 출시 3일만에 100만 가입자를 넘어섰고, NFT는 위버스와의 연동을 고려중에 있다.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연결되는 원동력은 연결된 '세계관'에 있는 만큼, 오리지널스토리사업(OSB) 사업도 힘쓰고 있다. 아티스트 IP를 접목한 웹툰과 웹소설 사업을 전재 중이다. 글로벌 1억8000만명이 이용하는 네이버웹툰과 손을 잡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을 모티브로 한 작품 '세븐페이즈: 착호'는 출시하자마자 네이버웹툰 글로벌 순위 1위를 휩쓸었다. 하이브는 OSB 사업 확대를 위해 스토리 기획, 영상 디자인, 사업 관리 등 다양한 직군의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비버·아리아나 그란데도 있다...IP 발굴에도 박차

물론 방탄소년단 공백에 대한 우려가 신사업만으로 완벽히 해소될 수는 없다. 단적으로 증권가에서는 "BTS 부재 효과가 숫자로 확인되기까지 주가는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목표주가를 속속 낮추고 있다. 하이브가 준비해온 '경계 없는 신사업의 확장'은 결국 힘 있는 아티스트 IP가 뒷받침돼야 그 효과를 톡톡히 발휘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위버스도, 게임, NFT, 그리고 OSB모두 결국 힘있는 아티스트 IP가 더해져야 그 진가가 발휘된다.

하이브 또한 아티스트 IP 중요성을 알고 있다. 하이브는 '경계 없는 확장'을 강조하면서도 그 앞에 '음악을 기반으로'라는 전제 조건을 늘상 붙여왔다. 음악, 즉 아티스트 IP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본질을 벗어날 수 없다는 의미다. 방탄소년단 단체활동에 잠정적인 공백이 생긴 지금, 업계에서 우려하는 것 또한 이와 연결이 된다. 방탄소년단은 하이브가 지니고 있는 가장 강력한 IP고, 여태 신사업 확장의 동력으로 그 역할을 해내왔기 때문이다.

/사진=하이브 제공
/사진=하이브 제공

 

하이브가 지난해 4월 1조원의 거금을 들여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한 이유가 여기 있다. 창사 이래 최대 '빅딜'에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이타카 홀딩스는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 등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팝스타가 소속돼있어 관심이 더욱 뜨거웠다. 7월엔 하이브(한국)-하이브아메리카-하이브재팬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아티스트 IP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초석을 미리 마련해 둔 셈이다. 메리츠증권이 분석한 지난해 매출은 하이브 솔루션 JP 2059억원, 플레디스 1094억원, 빅히트 아메리카 935억원(7.3%) 순이었다. 멀티 레이블 체제 구축 및 신규 아티스트 론칭 등을 통해 매출 다변화를 이뤄낸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하이브는 직접 '포스트 방탄소년단' 양성을 준비해왔다. 올해 하이브는 산하레이블 '쏘스뮤직'을 통해 신인 걸그룹 '르세라핌'을 데뷔시켰다. 또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은 일본 현지화 보이그룹 앤팀의 추가 멤버를 뽑는 '앤오디션: 더 하울링'을 공개했다. 하이브아메리카는 유니버셜뮤직그룹(UMG)와 손잡고 현지 오디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기에 하이브는 신생 레이블 '어도어'를 설립, SM엔터 출신 민희진 브랜드총괄(CBO)을 대표로 선임했다. 

아티스트 IP 확장을 위한 하이브의 노력은 차차 성과를 내고 있다. 저스틴 비버는 올해 글로벌 투어를 진행 중인데 전석 매진된 바 있다. 아리아나 그란데는 뮤지컬 영화 '위키드'에 출연하며 활동 범위를 넓힌다. 르세라핌은 데뷔 앨범 초동 판매량이 30만 장을 돌파하는 등 4세대 걸그룹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UMG 합작 그룹은 미국 현지 데뷔를 압두고 있다. 민희진 대표가 이끄는 걸그룹은 하반기 내 데뷔를 예고하고 있어 팬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