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IT 기술 발전의 촉매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PC 게임이 없었다면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도 없었을 것이고, 그랬다면 '챗GPT' 같은 인공지능도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제2의 인터넷'이라 불리는 메타버스 역시 게임을 통해 먼저 현실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게임은 오래 전부터 이미 메타버스적인 요소들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게임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위한 '확장현실(XR)' 기술의 문만 열리면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될 것이다.

세계 콘솔 시장을 주름잡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VR2'(이하 PS VR2)가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점도 이 때문이다. 전작과 달리 이번 신제품은 단순한 콘솔 액세서리를 넘어 메타버스 시대의 현주소를 보여 줄 바로미터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는 22일 국내 정식 출시를 앞두고 먼저 체험해 본 결과, 분명 미래는 머지 않았다.


보기보다 가볍다

헤드셋과 두 개의 컨트롤러로 이뤄진 PS VR2의 첫 인상은 '메타 퀘스트' 등 여타 가상현실(VR) 기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유선으로 직접 플레이스테이션5에 연결해 사용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무려 4.5m 길이의 케이블이 동봉되어 있다. 또 이어폰을 직접 연결해 귀에 꼽고 사운드를 듣는 방식이다. 선이 많아지다 보니 착용이 심플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정신없이 몰입하다보면 한 번씩 어딘가 선에 걸린다.

플레이스테이션 VR2 헤드셋 /사진=테크M

제품을 플레이스테이션5에 연결하면 친절히 착용 방법을 설명해준다. 헤드셋을 써보니 무게가 생각보다 가볍게 느껴졌다. 제품 무게는 케이블을 제외하고 약 560g 수준으로, 전작보다 40g 정도 가벼워졌다. 얼굴에 닿는 빛가리개 부분이 굉장히 부드러운 재질로 되어있어 착용감도 나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빌드 퀄리티가 좋고 디테일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들이 보인다. 다만 다이얼을 조여 머리 둘레에 밀착시키는 방식이다보니 단단히 착용하려면 압박을 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플레이스테이션 VR2 센스 컨트롤러 /사진=테크M
플레이스테이션 VR2 센스 컨트롤러 /사진=테크M

PS VR2 센스 컨트롤러는 기존 플레이스테이션 컨트롤러와 비슷한 느낌으로 조작할 수 있었다. 다른 VR 기기 컨트롤러와 크게 다르진 않지만, 버튼에 손만 살짝 올려 놓아도 섬세하게 터치를 인식한다. 이보단 눈동자를 따라 움직이는 '시선 트래킹' 조작이 신선하다. 눈길만으로 메뉴 이동 등을 손쉽게 할 수 있다.


차원이 다른 콘텐츠의 힘

PS VR2의 기계적 완성도는 세심하게 신경쓴 부분들이 돋보이지만, 그렇다고 기존 제품들에 비해 혁신적으로 변했다고 느껴질 정도는 아니다. 이 제품의 백미는 역시 '콘텐츠'에 있다.

PS VR2의 게임 콘텐츠는 90Hz/120Hz 프레임 레이트에서 좌우의 눈 각각 2000x2040 해상도를 합쳐 최대 4000x2040 HDR 비디오 포맷으로 표시된다. 전작에 비하면 수치상 2배 정도 늘어난 해상도다. 시야각도 110도로 넓어졌다. 전면 카메라를 통해 헤드셋을 벗지 않고도 주변환경을 볼 수 있는 '투시 보기' 기능도 전작과 차이점 중 하나다.

'호라이즌 콜 오브 마운틴' 스크린샷 /사진=테크M
'호라이즌 콜 오브 마운틴' 스크린샷 /사진=테크M

먼저 PS VR2의 런칭 타이틀인 '호라이즌 콜 오브 마운틴'을 실행해봤다. 시작부터 마치 영화 '아바타'의 한 장면 속으로 직접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캐릭터의 모델링 수준이나 동작 프레임이 지금까지 해봤던 VR 게임과는 차원이 달랐다. 여기에 실감나는 광원 효과가 현실감을 더했다. 초반 시퀀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세계를 체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만 부동시가 심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기대했던 만큼 해상도가 또렷해 보이진 않았다.

'호라이즌 콜 오브 마운틴' 스크린샷 /사진=테크M
'호라이즌 콜 오브 마운틴' 스크린샷 /사진=테크M

호라이즌 콜 오브 마운틴은 산을 등반하며 기계 생명체들과 전투를 벌이는 게임이다. 인상적인 그래픽과 더불어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이 더해지면서 현실감이 극대화됐다. 특히 컨트롤러와 함께 헤드셋에서도 진동이 오기 때문에 오감적인 측면에서 좀 더 박진감을 더해줬다. 평소 암벽 등반을 해보고 싶었다면 꼭 추천해주고 싶은 게임이다.

또 다른 런칭 타이틀인 '스타워즈 : 테일즈 프롬 더 갤럭시 엣지' 역시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스타워즈 속 세계를 현실감 있게 체험할 수 있다. PS VR2 게임은 확실히 기존의 게임과는 다르게 '체험'이란 단어가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단순히 입체감만 더한 것이 아니라 게임을 체험하는 방식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인상이다. PS VR2로 눈앞에서 살아 숨쉬듯 움직이는 우주인들을 한 번 본다면 누구든 메타버스 시대가 머지 않았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스타워즈 : 테일즈 프롬 더 갤럭시 엣지' 스크린샷 /사진=테크M
'스타워즈 : 테일즈 프롬 더 갤럭시 엣지' 스크린샷 /사진=테크M

먼저 체험하는 미래

PS VR2는 우리가 메타버스에서 기대하는 압도적인 몰입감, 현실과 같은 상호작용, 현실을 넘어선 새로운 체험 등을 얼마나 충족할 수 있을 지 단초를 보여준다. 아직 번거로운 선들과 여전한 멀미, 79만8000원이란 가격 장벽이 서있긴 하지만, 메타버스의 상징과도 같은 영화 '레디 플레이 원' 속 오아시스가 머지 않아 현실화 될 것이란 기대감을 갖기엔 충분하다. 아직 100%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할지라도, 조금 먼저 미래를 들여다보고 싶다면 한 번쯤 체험해 볼만한 제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