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리저브'가 또다시 국내 블록체인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올 1분기 라인의 라인 블록체인이 사전 예비 가상자산을 소각하는 제로 리저브를 발표하면서 이목이 쏠린 바 있다. 이어 카카오의 클레이튼도 제로 리저브를 선택하면서 제로 리저브가 업계 표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헀다. 

이번에 넷마블의 마브렉스까지 동참하면서 제로 리저브가 더욱 주목을 받는 모습이다. 다만 제로 리저브가 좋은 전략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제로 리저브를 통해 토큰 가격을 부양하고 투자자들에게 지지 와 신뢰를 얻을 수 있지만, 투명하게 사용한다면 적극적인 사업 확장과 협력사 유치의 자원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이다. 


라인, 카카오 이어 넷마블도 제로 리저브 

27일 넷마블은 블록체인 전문 자회사 마브렉스가MBX 생태계의 토큰 경제시스템 개편 계획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마브렉스는 이번 개편의 일환으로 총 10억개의 발행 물량 중 마브렉스에서 사용 계획을 발표하지 않은 약 6억7000만MBX 토큰을 전량 소각하기 위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다.

/ 사진=넷마블 제공
/ 사진=넷마블 제공

넷마블 마브렉스가 사실상 제로 리저브를 선언한 것이다. 국내 기준 이는 라인 블록체인과 클레이튼에 이은 세번째 제로 리저브 선언이다. 제로 리저브란 가상자산을 발행한 재단이 유통하지 않고 가지고 있는 물량을 소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통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은 리저브 물량을 이용해 투자, 마케팅, 보조금 지급 등을 진행해 왔다. 생태계를 확장하는 재원으로 써 왔던 것. 다만 리저브 물량 사용으로 인해 유통량이 늘어나면서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하는 일도 일어났다. 

이 때문에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에게 요구해 왔다. 마브렉스의 리저브 소각 투표는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투표는 오는 7월 4일부터 멤버십 대체불가능한토큰(NFT) ‘마블러십’ 및 MBX 토큰 홀더들을 대상으로 공식 커뮤니티와 보팅(Voting) 사이트 스냅샷을 통해 진행된다. 소각 여부는 오는 7월 10일 최종 결정되며, 소각으로 의견이 모일 경우 추후 정확한 소각 일정을 안내할 예정이다.


뜨거운 감자 제로 리저브...득실은?

이처럼 거대 기업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제로 리저브를 선언하면서 다른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대한 제로 리저브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 투자자들 중 일부는 위메이드에 제로 리저브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제로 리저브가 좋은 전략인가에 대해선 의견이 나뉜다. 

제로 리저브를 선택하면 가상자산 가격 부양과 더불어 투자자들의 지지와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생태계 확장을 위한 재원은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인프라가 갖춰진 프로젝트라면 과감하게 선택할 수 있지만, 작은 프로젝트라면 고를 수 없는 선택지다. 아울러 글로벌 거대 블록체인 프로젝트들도 좋은 콘텐츠를 가진 프로젝트들을 포섭하고자 리저브를 활용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특히 지난 14일 열린  위메이드 위믹스 AMA(무엇이든 물어보세요)에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경쟁사들 상황을 보면 제로 리저브가 효과적인 전략, 이기는 전략이 아니었다"면서 "단기적인 이벤트로도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외부환경이 그때와 크게 달라진 것도 아니고, 지금 제로리저브를 실행할 마땅한 이유가 없다"고 평가 했다. 그는 “홀더들이 꾸준히 내놓은 방안이니, 검토하겠지만 이는 효율적인 전략은 아닐 것이라 본다"면서 "당분간 제로리저브와 같은 방식의 전략은 취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선 제로 리저브에 대해 반응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이 특수한 것 같다"며 "제로 리저브에 동참하는 기업이 많아지면, 제로 리저브를 하지 않은 프로젝트들이 압박을 느끼겠지만,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전략적 판단의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제로 리저브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에게 투명성 요구하는 과정에서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며 "제로 리저브 여부보다는 사업을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해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