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까지 나서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천명하는 등 '루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루나 발행주체 테라폼랩스의 파트너사를 두고 뒷얘기가 무성하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를 향한 국민적 비난이 잇따르는 가운데, 건실했던 테라폼랩스의 초기 상황을 믿고 투자한 파트너사들까지 곤욕을 치르고 있는 것. 일찍부터 루나를 정리, 권 대표와 거리두기에 나선 두나무와 더불어 핵심 파트너로 알려진 신현성 티몬 이사회 의장 역시 테라폼랩스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 의장은 최근 지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테라 사태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신 의장이 테라에 합류했을 당시 목표는 결제 시장을 혁신하는 것으로, 블록체인을 활용해 보다 효율적인 지급 결제 수단을 만들기 위해 권 대표와 힘을 합친 것"이라며 "가상자산을 결제 시스템에 접목시킬 수 없다는 가이드라인 등이 금감원에서 발표되며, 규제 테두리 내에서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결과적으로 테라폼랩스를 퇴사하게 된 것"이라고 귀뜸했다. 

이어 "큰 규모의 성장이 이뤄지기 전 최악의 상황을 위한 프로토콜이 완벽하게 준비될 필요가 있었다는게 신 의장의 생각"이라며 "권 대표의 독선적인 경영스타일 또한 신 의장이 테라를 떠나게된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신 의장은 과거 박정희 정부에서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신직수 씨의 손자로 언론 뿐 아니라, 대기업과의 스킨쉽도 유연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언론 뿐 아니라 정부 당국자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만큼, 디파이 등 규제회색지대로 나아가는 권 대표와 의견대립이 잦을 수 밖에 없었다. 테라 내부사정에 정통한 업계 한 관계자 역시 "코인 발행량을 두고 두 사람의 갈등이 심화, 사실상 지난 2020년부터 신 의장은 테라에 관여하지 않았다"며 "테라가 크게 성공한 덕에 신 의장 역시 이를 활용한 측면이 있지만, 정작 의사결정에선 빠져있었다"고 말했다.

두나무 역시 '루나 사태'와 결부되는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두나무는 이미 1년전부터 테라폼랩스와 거리를 둬 왔다. 두나무는 지난 2021년, 투자자회사 두나무앤파트너스가 보유했던 루나 2000만개를 처분했다. 앞서 두나무는 카카오벤처스, 해시드 등과 의기투합해 결제 기반 블록체인을 앞세운 테라폼랩스에 투자를 단행했다. 당시만해도 테라는 결제 시장을 혁신할 국내 대표 스타트업 중 한 곳이었다. 

그러나 2020년 들어 점차 권도형 대표 등 테라폼랩스 경영진이 디파이를 앞세워 규제 회색지대로 나아가자, 신 의장과 마찬가지로 빠른 철수를 택했다. 당시 두나무의 루나 매각 차익은 1000억원대에 달했지만, 개당 매각가는 6500원대로 이는 올해 고점인 20만원선과 비교하면 30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루나 매도로 천문학적 차익을 거둔 해외기관과 비교하면, 사실상 실패한 투자였다. 무엇보다 두나무는 루나 전량 매도 후에도 원화상장을 용인하지 않았다. 이때문에 권 대표는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며 업비트를 비난하기도 했다. 

테라의 또다른 초가 투자자인 카카오 역시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카카오의 투자전문 법인 카카오벤처스는 지난 2019년 테라에 투자했다. 카카오 계열 개발사인 그라운드엑스와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취지였고, 투자 이후 재무상 성과도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루나 가격이 10만원을 넘자, 일각에선 카카오벤처스의 평가 차익 규모가 천문학적이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추정했다. 투자대금을 회수 시, 투자사 선택에 따라 현금이 아닌 코인으로도 대금을 받을 수 있도록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역시 휴지조각이 됐을 공산이 크다. 

투자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창업 초기, 테라가 결제시장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카카오와 두나무 등 강력한 파트너사들이 뒤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점차 규제 회색지대에서 폰지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자 두나무 역시 손절을 택한 것으로, 당시의 파트너들 역시 당혹스러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