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증권형 토큰(STO) 가이드라인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국내 코인시장의 증권성 여부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현존하는 코인의 생존 여부와 기존 제도권 금융사업자발 토큰 비즈니스 형태를 두고 업계의 의견이 분분한 것. 아예 시장의 주도권이 코인 거래소에서 증권사로 넘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주요 증권사 키움증권이 미국 토큰 증권 사례를 조망해 이목이 쏠린다.
2일 키움증권이 발간한 미국 토큰 증권 동향에 따르면 미국에선 10여개 이상의 토큰 증권이 발행, 거래되고 있다. 대부분 발행규모나 투자자 범위가 제한되는 방식으로 발행된 경우가 대다수나, INX와 같이 발행규모 및 투자자 범위 제한이 부재한 사례도 있다는 것이 키움증권 측의 설명이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경우 토큰증권은 토큰증권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가 가능하며 미국의 주요 토큰증권 거래소는 tZERO, INX, Securitize Market 등이 있고, 이들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주요 토큰증권으로는 tZero(TZROP), INX Limited(INX), Aspencoin(ASPD) 등이 있다"면서 "비트코인, 달러 등으로 거래가 가능하며, 물론 결제 수단은 거래소별로 차이가 존재하며 투자자가 토큰증권을 보유한다면 일반적으로 수익 분배나 지분 인정 등의 권리를 얻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 중 가장 자주 언급되는 사례 중 하나는 INX이다. 토큰증권은 전통적인 증권과 동일한 연방법을 준수해야하는데 토큰증권 중 대다수가 Reg A나 Reg C와 같은 등록 면제조항을 주로 이용해 발행된 반면, INX는 처음으로 SEC에 등록된 토큰증권이다. 이에 INX는 8500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며 다른 토큰증권 대비 큰 금액을 모집했고 투자자 범위 제한도 없었다. 쉽게 말해 기존 토큰증권은 SEC 등록이 면제되는 규제 하에서 주로 발행됐지만, INX 발행으로 SEC에 등록된 토큰증권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즉, 기존 제도권 금융시장이 블록체인 기술을 십분 활용하는 형태로 진화할 것이라는 얘기다.
심 연구원은 "가상자산과 비교했을 때 토큰증권 시장의 성장이 기대만큼 빠르지는 않고, 규제를 적용 받지 않는 ICO와 달리 STO는 법을 준수해야 하는 만큼 가상자산과 비교했을 때 제한된 투자상품이 나올 수 밖에 없다"면서도 "국내 시장은 미국과 달리, 조각투자 시장의 사례와 유사하게 제도권 하의 금융기관과 함께 구성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투자자들의 토큰증권 시장에 대한 접근성은 미국보다 더 좋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같은 미국 시장의 형태와 별개로, 증권사 등 제도권 금융사업자의 시장 독식을 용인해선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의 개화를 이끈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와 빗썸 등 국내 주요 코인 거래소와 더불어, 판교 테크노밸리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위해 제도적 완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지난 4년간 코인 시장을 개척하고 일군 것은 테크 기업들인데, 여의도 금융사들의 무혈입성 가능성이 점쳐져 혁신 산업 짓누르기라는 시선이 존재한다"면서 "오프라인에 머물던 산업들의 모바일 혁신에 테크 기업들의 역할이 컸듯, 이들의 역량을 배제하고 가선 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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