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건은 예기치 못한 순간 갑작스럽게 일어났다. 테라 사태도 그렇고, 내 출장도 그렇다.

테라 사태가 터지자 내게 미션 하나가 내려왔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의 발자취를 찾기 위해 싱가포르에 현장 취재를 가라는 거다. 단 이틀 만에 출장 결정부터 싱가포르 출국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사실 취재 계획을 세우기는 커녕 비행기 티켓과 숙소 예약을 하기에도 벅찬 시간이었다.

다행히 회사에서는 싱가포르 블록체인 업계에 종사하는 몇몇 사람들을 소개해줬다. 일분일초라도 현지에서 시간을 허투루 쓰지 말라는 의미였다. 일단 싱가포르에서 싱가포르 블록체인 인사를 직접 만나 대화를 해봤다. 대화를 하다 보니 국내에서 말하는 테라 이슈와 약간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테라 사태의 핵심으로 손꼽히는 앵커 프로토콜은 20% 이자율만 본다면 안 할 이유가 없는 상품이었다. 그만큼 내가 만났던 취재원들은 모두 앵커 프토로콜 또는 예전 LUNA(테라)에 직접 투자해본 경험이 있는 투자자였다.

여기서 애초 예상과는 큰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테라 사태로 인해 투자금이 디지털 먼지 조각으로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현실에 순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 또한 1년 전 투자한 가상자산이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되면서 -90%를 맛본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난 투자한 금액이 휴지 조각이 된 현실에 순응할 수는 없었다. 

난 그들에게 테라에 투자한 것을 후회하지 않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같이 “내가 투자를 결정했으니, 그 책임은 나의 몫”이라는 거다. 심지어 루나2.0으로 불리는 새 LUNA(테라)에 대한 언급도 없었을 때였다.

가상자산 관련 법조인들을 취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취재원 중 한 명에게 싱가포르 내에서 가상자산 관련 사건을 주로 취급하는 로펌 사이트를 공유받았다. 거기에서 크립토 전문가로 불리는 변호사에게 한국에서는 테라 사태가 법적 처벌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들이 들려오고 있다며 테라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싱가포르 통화청(MAS)에서 제시한 규제를 언급하며 "싱가포르에서 테라가 법적 처벌을 받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MAS는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싱가포르 내에서 토큰 판매 또는 가상자산 관련 규제가 엄격하다. 하지만 권도형 대표가 싱가포르에서 불법적인 가상자산 공개(ICO) 행위를 하지 않은 이상 법적인 제재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 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현재 싱가포르 IT 전문지에서 일하면서, 가상자산 취재를 담당하는 기자에게도 현 상황에 대해 물었다. 비슷한 대답이 이어졌다. 싱가포르에서 바라본 테라 이슈는 한국에 비해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다는 거다. 싱가포르에서 테라에 투자한 투자자가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고개가 끄덕여졌다. 특히 싱가포르 블록체인 관계자 입장에서 테라폼랩스는 바이낸스 등과 비교했을 때 그저 흔하디흔한 프로젝트 중 하나로 여겨질 뿐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에서 바라보는 테라 이슈에 대한 시선과 등기상 테라폼랩스의 소재지인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 느껴지는 시선은 이렇게나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