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넥슨을 세우고, 1996년 세계 최초의 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바람의나라’를 선보여 넥슨을 시가총액 24조원의 거대 기업으로 키워낸 고 김정주 NXC 이사는 게임과 블록체인 기술의 결합에서도 업계 선구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김 창업주는 지난 2017년부터 블록체인 분야에 관심을 두고 꾸준하게 투자해 왔다.

김 창업주는 지난 2015년 넥슨 창업스토리를 담은 책 ‘플레이’에서 “미국에서 쓰던 달러를 유로로 바꾸고, 다시 원화로 바꾸듯 ‘메이플스토리’에서 쓰던 게임머니를 ‘던전앤파이터’ 게임머니로 바꾸고, 다시 바람의나라’의 게임머니로 바꿀 수 있다”라며 게임 간 경제시스템의 순환을 언급했다. 이는 최근 게임업계가 큰 관심을 두고 관련 기술 개발과 사업을 추진 중인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대체불가능한토큰(NFT)을 활용한 게임경제 생태계와 비슷한 개념이다.

김 창업주는 지난 2017년 NXC를 통해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을 인수했다. 당시 912억원에 지분 65.19%를 확보했다. 당시 넥슨 측은 “NXC는 가치 있는 디지털 아이디어와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해왔다”라고 짧게 밝혔으나, 업계는 김 창업주가 갖고 있던 ‘게임과 블록체인의 결합’을 염두에 둔 투자였다고 해석했다.

2017년 말에는 미국 가상화폐 브로커리지업체 타고미에 투자했다. 타고미는 골드만삭스 임원 출신인 그레그 투사르 등이 설립한 기업으로, 가상화폐 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거래소를 통해 직접 투자하는 것을 대행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주식시장의 증권회사처럼 고객 주문을 대신 체결해 주는 방식으로, 가장 유리한 가격에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2018년에는 유럽 가상화폐 거래소인 비트스탬프도 사들였다.

지난해 4월 일본 증시에 상장돼 있는 넥슨은 1억달러(당시 약 1130억원)에 비트코인 1717개를 사들였다. 평균 매수단가는 5만8226달러(당시 약 6580만원)였다. 넥슨의 2021년 4분기 실적 보고서에 따르면 넥슨의 4분기 비트코인 평가수익(추정)은 약 12억엔(약 125억7000만원)이다.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는 “자사의 비트코인 매수는 주주가치 제고 및 현금성 자산의 가치 유지를 위한 전략이다”라며 현재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비트코인은 장기적으로 안정성과 유동성을 이어가고, 미래 투자를 위한 자사의 현금 가치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넥슨은 블록체인과 돈 버는 게임(P2E)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고 밝힌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과 달리 현재 NFT 도입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내세우고 있지 않다. 다만 지난해부터 마블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로 세계적 감독 반열에 오른 루소 형제의 콘텐츠 제작사 AGBO에 투자하고, YG엔터테인먼트, 네이버 등과 함께 설립한 YNC&S(와이엔컬쳐스페이스) 등에 출자하고 있어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 게임을 블록체인으로 묶는 시도를 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창업주는 국내 블록체인 생태계 성장을 위한 지원과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얘기다. 이 때문에 블록체인 업계에서도 김 창업주 사망 이후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김서준 해시드 공동 창업자는 “(김 창업주는) 모두가 암호화폐(가상화폐)를 ‘사기’라고 혹평하던 시절부터 늘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따뜻하게 맞아주고, 이야기 들어준 분이다”라며 “해시드가 첫 벤처캐피털 펀드를 시작할 때도 물심양면 지원해줘 큰 의지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