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암호화폐 산업을 위한 종합적인 규제 체계를 제시하는 초당적 법안이 공개됐다. 기본 용어 정의부터 관할기관 지정, 소액결제 활성화를 위한 면세 규정까지 산업을 전방위 지원해줄 종합 패키지 법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7일(현지시간) 신시아 루미스 공화당 상원의원과 커스틴 질리브랜드 민주당 상원의원은 '책임 있는 금융 혁신 법안(Responsible Financial Innovation Act)'을 발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69쪽 분량의 패키지 법안은 △디지털 자산 분류 △관할 규제기관 지정 △인프라법 '브로커' 조항 개정 △소액결제 면세 △스테이블코인 규정 등 업계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규정들을 아우른다. 


초당적 법안 작업은 지난 3월 처음 알려졌으며 입법가, 업계 전문가, 규제기관 관계자들과의 광범위한 논의를 거쳐 최종 마무리됐다. 발의 의원들은 법안에 대해 "성장하는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 산업에 확실성과 명확성을 제공할 수 있는 실제적이고 포괄적이며 초당적인 노력"이라고 밝혔다. 


루미스 와이오밍주 의원은 "글로벌 금융 리더인 미국이 더 많은 기회를 누리도록 보장하기 위해 디지털 자산을 기존 법률 체계에 통합하고 리스크를 해결하여 디지털 자산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도적인 디지털 자산 규제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와이오밍주의 성공을 연방정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규제 관할도 과세도...'부담' 덜어줘야 


디지털 자산 정의 및 분류 기준 수립 

법안은 디지털 자산에 대한 일관적인 논의가 가능하도록 일반 정의를 마련하고 자산이 '상품(commodities)'인지 증권인지 분류할 수 있는 명확한 표준을 개발할 것을 요구한다. 자산 분류는 자산의 목적과 자산이 소비자에 제공하는 권리에 근거한다. SEC가 증권 여부를 판단할 때 사용하는 기준인 '하위테스트(Howey Test)'를 디지털 자산에 맞게 조정할 뿐 아니라 증권 간주 자산이 충분히 탈중앙화될 경우 분류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CFTC에 관할권을 부여 

법안은 디지털 자산 현물 시장에 대한 규제 권한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부여한다. 현재는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디지털 자산 시장에 상당한 관할권을 행사 중이며 추가적인 권한까지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법안은 "디지털 자산은 대부분 증권보다 상품과 훨씬 유사하다"면서, CFTC의 '상품거래법(1936년)'에 '디지털 자산'이라는 용어를 추가하고 시가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상품 정의에 부합하는 디지털 자산을 CFTC가 규제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자문 위원회 조직 

CFTC를 핵심 규제기관으로 지정해 관할 분쟁을 끝내는 한편, 급속한 산업 발전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규제기관 및 입법가에 핵심 원칙 및 조언을 제공할 자문 위원회를 창설할 것도 주문했다. 위원회는 업계, 협회, 연방·주 규제기관, 소비자 보호, 금융 전문가 등 다양한 이해 관계자로 구성한다. 


자율규제기구 작업 

아울러, CFTC와 SEC에 디지털 자산 자율규제기구(SRO) 조직을 위한 작업도 요구했다. 법안은 "SRO는 강력한 감독을 유지하고 더욱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규제 기관과 협력하는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 규정 마련 

법안은 "스테이블코인 채택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적절히 구조화된 스테이블코인은 소비자에게 더 빠르고 안전한 지불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잠재적 위험에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모든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100% 준비금 확보와 자산 유형을 비롯한 세부 공시 의무를 부과했다. 


실행 가능한 과세 구조 마련 

실행 가능한 과세 구조 마련 법안은 두 가지 과세 개선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일상 소액결제에 관한 면세 규정이다. 법안은 "디지털 자산 이용과 합법성이 늘고 있는 만큼, 일상에서 디지털 자산을 더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재화 및 서비스 지불과 관련된 거래에서 200달러 미만은 납세 소득에 포함시키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또 다른 하나는 인프라 법 '브로커' 조항 개정이다. 인프라법은 바이든 정부가 인프라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한 법안이다. 다양한 산업으로부터의 수익원 확보와 지출 내용인데, 과세 대상인 '브로커'의 정의에 채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등까지 포함시켜 산업 발전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논란이 됐다. 법안은 지난해 통과됐지만, 암호화폐 업계 내 브로커 조항 개정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법안은 "채굴 및 검증자는 과세 측면에서 '브로커'가 아니다"라면서 "채굴한 암호화폐는 현금화할 때까지 소득으로 처리되지 않는다"고 정했다. 이밖에 다양한 산업 행위자 및 행위에 대한 과세를 명확히 할 것도 촉구했다. 


퇴직연금 암호화폐 투자 검토 

법안은 ​입법부 소속 회계감사기관(GAO)에 디지털 자산에 대한퇴직연금 투자와 관련한 잠재 기회 및 위험 분석을 수행하고 결과를 의회, 재무부, 노동부에 보고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법안은 "소비자가 성장한 디지털 자산 부문에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지 않고 동시에 투자가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위안화 영향 

연구 예산관리국에 사이버보안국, 국가정보국장, 국방부와 함께 중국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인 디지털 위안화 관련 정보보안 연구를 수행하도록 지시한다. 법안은 "CBDC 보급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디지털 위안화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과 중국의 국제적 위안화 채택 촉진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업 정보 제공 의무 

소비자가 디지털 자산을 이용할 때 ​상품을 이해하고 정보에 기반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서비스 업체에 정보 공개 의무를 부과했다. 


사이버 보안 지침 개발 

디지털 자산 중개업체를 위한 포괄적이고 원칙 기반 사이버 보안 지침을 개발하기 위해 CFTC와 SEC가 재무부와 미국표준기술연구소와 협력할 것을 요구했다. 


규제 샌드박스 제공 

연방 및 주 규제 당국이 혁신적인 금융 기술에 협력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제공할 것을 주문했다. 


에너지 소모 연구 

법안은 디지털 자산의 에너지 소모량에 대한 연구도 지시했다. 연방 에너지 규제 위원회가 업계 에너지 소모량 분석 및 보고를 담당한다. 


◇업계 "강력한 암호화폐 입법 토대" 


광범위한 암호화폐 업계 입장을 반영한 법안인 만큼 산업 관계자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암호화폐 산업에 우호적이었던 크리스토퍼 지안카를로 전 CFTC 위원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관련 기사를 게재하면서 "떠오르는 가치의 인터넷이 가진 독특한 특성에 맞는 광범위하고 균형 잡힌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의회가 초당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제이크 체르빈스키 미국 블록체인협회 정책 수석은 "미국 암호 정책의 중요한 날"이라고 밝혔다.


그는 "포괄적인 패키지 법안은 예상할 수 있는 모든 주요 부문을 포함하고 있다"면서 "책임 있는 혁신을 장려하고, 미국이 금융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 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크고 작은 문제들을 명확히 했다"고 평했다. 


카라 칼버트 코인베이스 미국정책수석은 오랜 시간을 들여 개방적으로 투명하게 법안을 작성하고 전문적 관점을 반영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는 트위터를 통해 "향후 암호화폐 입법을 위한 강력한 토대를 마련한 기념적인 암호화폐 법안"이라면서 "업계에 필요한 암호화폐 규제 명확성을 제공하기 위한 논의를 구체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초당적 법안이 나왔다는 것은 그만큼 암호화폐가 모든 미국인의 경제적 자유를 강화하고 향상한다는 데 상당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도 강조했다. 


포괄적이고 중대한 사안이 담긴 법안인 만큼 실제 입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양당이 합의한 초당적 법안이라는 점, 루미스 의원이 SEC를 감독하는 금융위원회 소속이고, 질리브랜드 의원이 CFTC를 감독하는 농업위원회 소속이라는 점 등이 입법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